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5.18 (2)

조회 수 3914 추천 수 5 2009.01.05 20: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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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학교 안간지 겨우 며칠 지났는데 그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졌습니다.
어느날 아버지께서 막내고모댁에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막내고모댁은 금남로(금남로 첫 시작점이 광주 도청입니다.)와 가까운 동네에 있었고
저와 아버지는 한시간을 걸어서(차도 안다니고 자가용도 없었던 터라) 금남로 근처에 도착했을때
상당히 소리가 시끄러웠습니다. 데모가 크게 일어난 겁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런 것도 봐놓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제 손을 잡고 금남로를 향해서 가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멍하니 한참을 서있었는데 리어카에 피흘리며 누워있는(지금 기억으로는 전혀 움직이질 않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람을 싣고 3명이 바로 제 옆을 지나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아버지도 집을 향해서 죽어라고 뛰어갔습니다.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뛰었었지요.

그날이 도청 앞에서 버스가 돌진하고 발포가 일어난 날이었더라구요.

그로부터 하루가 지났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지금 기억은 없지만
다시 집에 박혀 지내는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가게 문을 여시는 겁니다.
물론 장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고 굳게 잠겨있던 문을 열어놓으시더라구요.
그날 오후에 트럭을 타고 총을 든 젊은 사람들이 저희 동네에 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이집 저집에서 해놓은 밥과 반찬을 그 트럭에 실어주었습니다.
군인과 전쟁이 벌어지고 저희는 시민군들에게 군량미를 대주고 함께 전쟁에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동족 상잔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었지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광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분노할 수 밖에 없었고
잔뜩 움츠려 있었던 시민들은 결국 목숨을 걸고 일어설 수 밖에 없었으며
총을 든 군인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총이 필요했기에 광주 외곽의 파출소 등을 털어서
무장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총을 들고 다니는 시민군만 보았고 무장하게된 과정은 직접 본 것이 아니고 훗날 티비등에서 본것이기에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날 저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 전두환이가 공수부대원 중에서도 경상도 사람들만 골라서 광주로 내려 보내 광주 사람들을 죽이라고 했다"
이건 분명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섞여 있었지요.
하지만 아마 광주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있었다면 어떻게 부모형제, 일가친척, 친구들에게 총부리와 몽둥이를 들이댈 수 있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 말을 다 사실로 믿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그릇가게를 크게 하는 부산상회가 있었습니다.
시민군이 오더니 부산상회를 부수려고 하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결사적으로 그러지 못하도록 시민군을 말렸지요.
그 사람들이 부산사람이었고 상호도 부산상회라고 해놓았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단지 부산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을 가만 둘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가게고, 사람들도 참 좋았거든요.
그리고 부산상회에서도 밥과 반찬을 많이 내놓았었습니다.
당시 파견된 군인들을 제외한 광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있는데
시민군중에는 소위 말하는 건달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이성을 잃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을 몰아내고 가족을 지키자는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결국 군인들은 물러갔습니다.

광주는 이제 광주 시민들만이 있었습니다.
공권력이 사라져 버린 도시. 출신 성분도 잘 모르고 깡패, 전과자, 넝마주이들 등이 포함된 시민군들은 총을 들고 다니고 있는 살벌한 도시. 마음만 먹으면 은행 하나 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던 도시가 당시 광주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시고 계십니까?
아주 평온하게 살고 경찰, 군인 등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던 평상시 보다도
도둑, 강도, 폭행 등등의 사건들이 훠~~~얼씬 더 적게 일어났다는 것을.
정말 평온한 광주가 되었었습니다.
저는 다시 넓은 시장에서 놀 수 있었구요.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시민군들이 저희 동네에 나타나지 않았고
시민군들은 완벽한 폭도로 재포장되어 군부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의 일은 저의 개인적인 일 외에는 겪은 게 없습니다.

저는 중3이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공부에서 손을 떼어버린 바람에
영어가 너무 뒤쳐져서 고등학교때에는 영어가 미를 받을 정도가 되어버렸었습니다.
다른 것을 제외하고라도 이것도 제가 본 아주 큰 피해입니다.^^
그래서 결국 학력고사에서 영어를 택하지 않고 독일어를 택해서 시험을 보아야 했지요.
(당시에는 영어, 일어, 독어 등등의 것들 중 외국어 하나만 택해서 보면 되었기때문에.)
독일어가 없었으면 전 아마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많이 사라져 버려서 더 자세히 쓰질 못하겠네요.
그렇다고 지어낼 수는 없고.

제가 느꼈던 광주항쟁이 일어난 동기는
정권에 대항하여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한 것도 아니요
군부독재에 맞서 싸워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것도 아니고
오직 우리 가족, 이웃을 군인들의 총칼에서 지키고자 일어났던 우발적 사건입니다.
그 우발적 사건이 점점 커져서 전두환을 비롯한 군부에 대항하는 시민항쟁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광주항쟁을 일으킨 사람은 당시 군부이고
배후 조종자도 당시 군부이고
치고 빠지는 전략을 써서 무법천지인 광주를 전국민에게 소개하고
그래서 군부가 나서서 제압하고 정권을 잡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제시한 것도 당시 군부이기에
이목사님 말씀에 근거하면 당시 군부가 빨갱이인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시에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신년하례도 받고 자신의 아호를 딴 공원도 들어서는 것을 즐기며 보고 있습니다.
단지 대통령을 했었다는 이유로 전직 대통령 대우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를 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섬기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하는 사람도 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미 구데타로 규정지어진 사건에 의해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것을 보며
분노를 넘어 허탈감 마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또한 민주주의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갑자기 폭발해서 난리도 잘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느 순간에 모두 잊어버리는
참으로 요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도 우리나라 사람이구요.
설령 용서를 빌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용서를 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지요.
그러하기에 당연히 용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용서를 한다고 해서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진실을 가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목사님께서 일조를 하시고 계시는 것 같구요.
예수님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역사상 가장 큰 혁명을 일으키셨습니다.
이방인까지도 자녀가 되게 해주시고 구원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증거하시는 목사님께서 도대체 무엇에 홀리셔서 그러셨는지
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예수님께서 지금 이 순간 이 땅에 오신다면 얼마나 애통하실까요.



profile

[레벨:17]바우로

2009.01.05 21:18:06
*.62.26.5

전두환 군부정권의 광주민중항쟁 유혈진압으로 민주화쟁취에 실패한 광주시민들이 찾아간 곳이 미륵상이었다고 할 정도로 1980년 5월의 광주시민들은 군사독재가 없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 투쟁한 전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종윤 목사를 포함한 우파인사들은 여전히 광주시민들을 간첩과 폭도로 매도하고 있으니 정말 요즘 세대들의 표현대로 개념을 탑재해야 할 이들입니다.
profile

[레벨:29]유니스

2009.01.05 22:56:58
*.238.225.78

눈사람님 글을 읽으니 좀 독특합니다.
뭐랄까...그 모든 사실들이 영화처럼 다가오네요.
까까머리 소년의 발자국들이 들립니다.
먼지 뽀얀 이란의 영화들처럼
자신은 모르는 거대한 것에 속해서
소시민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진정성이랄까..
잘 표현은 안되는데
눈사람님의 문체 때문인지, 5.18 때문인 건지는
잘 모르겠으니 적으도 여러 편은 더 봐야겠습니다.
건필...^^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9.01.05 23:24:24
*.120.170.231

눈사람 님,
5.18 (2)편도 잘 읽었습니다.
독자들을 끌고 들어가는 힘이 있어 보입니다.
결국 힘을 뺄 때만 힘이 생긴다는 말이 증명된 거네요.
단 꿈을!

[레벨:28]첫날처럼

2009.01.05 23:34:20
*.237.224.155

정말 "진실"이란 것의 힘이 이렇게 큰 거구나 하는 것을 눈사람 님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위에 유니스 님 말씀처럼 1980년 5월의 광주를 한 소년의 꾸밈없는 눈을 통해서 보는 듯 합니다...
profile

[레벨:17]바우로

2009.01.05 23:53:24
*.62.26.5

target=_blank>http://www.518.org/main.html?TM18MF=A0501&bc_table=FREEB&form_act=V&bnum=3778&page=2&keyfield1=all&keyword1=%C5%BB%BA%CF%C0%DA

에도 광주민중항쟁에 참여한 광주시민 한 분이 광주민중항쟁을 간첩과 폭도의 반란으로 매도하는 우파들의 억지주장을 반박하는 반론글이 있습니다. 전두환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여 목숨걸고 싸운 자신들을 수구적인 기독교 우파까지 나서서 간첩과 폭도라며 비방하니, 광주시민들이 반론글을 쓸 정도로 화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profile

[레벨:23]모래알

2009.01.06 00:27:23
*.116.154.86

5.18 이야기만 나오면 그때 전 뭘했나 생각하며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었는데..
둘째 아이 낳고 얼마 안된 때였기도 했지만
눈과 귀를 가린 채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여과없이 담았던
제 자신의 모자람이 아마도 제일 큰 이유였을 거에요.
친정부모님들이나 시부모님들 모두 이북에서 내려오셨기 때문에
좌익 이야기만 나오면 먼저 몸들을 사리셨으니까요.

진실은 세상이 없어져도 진실이라는 것.
치유하시는 성령님의 위로를 기도해야 할까요?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용서. 그것을 위해 기도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눈사람님!

profile

[레벨:11]홀로서기

2009.01.06 11:23:44
*.170.29.69

"아쉽게도" 오늘로 눈사람님의 <5.18> 연재가 끝났네요.
"아쉽게도"에 따옴표를 둘러 준 것은,
그 당시의 상황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광주의 눈물을 귀로 듣고, 눈으로 읽기가 여러모로 참담하면서도
눈사람님의 글을 너무 기다렸던 경계선에 서 있는 제 맘 때문입니다.

1980년, 전 2살 때였네요.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기 바랐던 좋은 선배가 있었기에
대학생이 되어서야 진실에 눈을 떴었습니다.
초,중,고등학생 때는 그런 교육을 딱히 받았던 기억이 없고,
오히려 초등학교 때 반공포스터와 표어를 열심히 그리고 만들면
학교가 상을 미친듯이 남발했던 기억이 생생할 뿐입니다.

오늘 신문에 새 도덕교과서에 "평화교육" 내용을 통째로 삭제하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금의 초,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제가 겪었던 교육을 또 다시 받게 되다니...
눈사람님의 글이 그래서 오늘은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레벨:28]첫날처럼

2009.01.06 12:18:53
*.54.79.126

물론 광주 항쟁을 북한의 사주를 받았느니, 폭도니 하는 그런 쓰레기같은 이야기보다는 낫긴 하지만, "광주 민주화 항쟁" 이니 뭐니 하면서 광주 시민들의 아픔. 뜻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꿈보다 해몽" 도 어쩌면 광주 시민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의 진실을 가릴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또한 체험자였던 눈사람 님의 증언을 통해서 그런 생각이 더 드네요... 80년 5월의 광주는 "정치"가 아닌 바로 "사람" 이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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